레위인들
성서에는 레위인들이 두 가지 다른 모습으로 나온다. 창세기에서 레위 지파는 음흉하고 포악하게 묘사되지만(34,24-31;49,5-7), 탈출기에서는 모세와 아론이 속한 지파요 금송아지 사건 때에 주님께 충실한 지파로 소개된다(32,25-29). 레위인들은 아론의 아들 이다말의 지휘 아래 성막을 세운다. 민수기는 모세오경의 어느책보다 레위인들의 임무를 자세히 다루는데, 새로운 장소에 성막을 설치하고 성막을 걷어 옮기는 일이 그들의 책임이다(1,48-54). 다른 지파 사람들이 하느님의 성막이나 기물에 실수로 접근하였다가 화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레위인들의 진영이 성막을 둘러쌌다. 일종의 보호막 구실을 한 셈이다.
레위인들을 대표하는 세 가문은 저마다 다른 임무를 맡는다. 먼저 크핫 자손들의 임무는 사제들이 천으로 가린 성막의 기물을 엘르아잘의 감독 아래 조심스럽게 운반하는 것이다. 둘째, 게르손 자손들에게 맡겨진 임무는 천막과 천막의 덮개, 휘장 따위를 이다말의 감독 아래 운반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므라리 자손들은 성막의 널빤지, 가로다지, 기둥, 말뚝과 줄 등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레위인들은 25세에 직무를 시작하지만, 5년의 수습 기간을 거쳐 30세가 되어서야 정식으로 성막과 기물들을 어깨에 메고 운반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은퇴 연령은 50세였다. 나중에 다윗이 성막을 한 곳에 고정시킨 뒤에는 짐 나르는 일의 적령기로 정한 30세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20세부터 직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1역대 23,24)
레위인들의 성소 봉사는 하느님을 직접 섬기는 일이었으므로 그에 걸맞는 특전과 책임이 따랐다.(민수 18,23-24).
성소 봉사에만 전념해야 했던 레위인들과 사제들에게는 경작할 땅이 분배되지 않았다. 레위인들이 주요 수입원은 백성이 내는 십일조였다. 이와 달리 사제들에게는 제물의 일부(주관 사제에게는 짐승의 넓적 다리 한 짝, 다른 사제에게는 가슴 부위)와 레위인들의 십일조에서 다시 걷은 십일조가 주어졌다. 그 밖에 가끔 전리품의 일부가 레위인들과 사제들에게 돌아가기도 하였다. 레위인들은 48개의 성읍 가운데서 마음에 드는 성읍을 골라 그 곳에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었고, 성읍에 딸린 목초지도 그들에게 주어졌다.
(4) 신약의 사제직
예수님은 성전과 사제직의 의미나 기능을 부정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그분은 유다교의 옛 제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셨다. “성전보다 큰 이가 여기에 있습니다”(마태 12,6). “인자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속전으로 목숨을 내주러 왔습니다”(마르 10,45).
신약성서 가운데 사제직에 대하여 가장 깊이 반성한 책은 히브리서이다. 신약의 그리스도교가 구약의 유다교를 계승하면서도 그것을 뛰어넘는다고 확신한 히브리서 저자는,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이 뽑으신(히브 5,5-10) 새롭고 진실한 대사제로서 유일하게 인간의 죄를 사해 주실 수 있는 분이라고 소개한다. 예수님의 사제직은 아론의 사제직을 뛰어넘어 멜기세덱의 사제직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옛 제사 제도에 결여된 완전함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한다(히브 7,1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