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속죄제물(레위 4,1-5,13)
속죄제물과 보상제물은 서로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본디 다른 제물들이었는데 후대에 합쳐진 것인지, 한 제물인 것을 후대의 편집자가 인위적으로 나눈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속죄제물은 주로 하느님의 법이나 규정을 어긴 행위를 용서받기 위한 것인 반면, 보상제물은 주님께 속한 봉헌물을 잘못 바친 행위나 다른 사람에게 끼친 손해를 갚기 위한 제물이었을 것이다. 보상제물의 경우 잘못한 값에 오분의 일을 보태어 바친다. 그러나 이 두 제물은 다 고의적인 범죄를 속죄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하느님을 거슬러 고의로 저지른 죄악은 절대로 속죄받을 수 없으며, 이웃을 거슬러 저지른 죄악도 그에 합당한 징벌을 받아야지 제사로 보상될 수 있는 것이다.
속죄제물의 목적은 본의 아니게 또는 실수로 부정하게 된 사람을 다시 거룩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속죄제물은 보통 정화예식과 깊이 연관되고, 으레 공동체 전체가 거룩하게 참여해야 하는 축제 때에 바쳤다. 그리고 번제물과 속죄제물을 함께 바칠 때에는 속죄제물을 먼저 바쳐서, 다른 제물을 바치기 전에 공동체와 제단을 정화하였다. 속죄제물로 바치는 짐승의 종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지위에 따라 달랐다. 대사제나 공등체 전체가 잘못하였을 때는 수소를 바치고, 통치자의 경우에는 숫염소를, 일반 평민의 경우에는 암염소나 암양을 바쳤다. 예식 자체에도 차이가 났는데, 공동체나 공동체를 대표하는 대사제가 잘못한 경우에는 제물을 바치는 장소인 성소 자체가 부정하게 되었으므로, 성소 휘장의 정면에 수소의 피를 뿌리고 분향 제단의 뿔에 그 피를 발랐으며 고기는 먹지 않고 진영 밖에서 태웠다. 통치자나 평민 등 개인의 경우에는 바깥 제단만 더럽혀진 것이므로, 제단의 뿔에 염소나 암양의 피를 바르고 짐승의 고기는 사제가 차지하였다. 가난한 사람의 경우에는 산비둘기나 산비둘기 두 마리를 주님께 바칠 수 있었고, 이것도 장만할 수 없는 형편이면 고운 곡식가루 십분의 일 에바로 대신할 수 있었다.
(5) 보상제물(레위 5,14―6,7)
위에서 말한 대로 주님께 속한 봉헌물(맏물과 십일조)을 실수로 잘못 바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 바치는 보상제물은, 손상된 것의 회복에 그 목적이 있다. 맏물과 십일조를 잘못 바치게 되는 사례는 봉헌물을 실수로 바치지 않거나 규정된 양을 다 채우지 않거나 봉헌 예식을 잘못 거행한 경우 등이다.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사례는 위탁물이나 담보물이나 약탈물과 관련하여 동족을 속이거나 착취함으로써 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이다. 동족의 권리 침해는 이스라엘 백성의 권리를 당신의 권리로 여기시는 주 하느님의 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주님께 속한 봉헌물을 잘못 바쳤든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든, 보상제물을 바칠 때에는 봉헌자가 먼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고백해야 하고 숫양 한 마리와 더불어 보상해야 할 값을 성전 세겔로 환산하여 거기에 벌금으로 오분의 일을 덧붙여 바쳐야 한다. 이 제물만 유일하게 짐승 대신 돈으로 바칠 수 있었다(레위 5,15; 참조 2열왕 12,17). 보상제물은 언제나 개인적인 제물이므로 속죄제물에서처럼 그것을 바치는 사제가 짐승의 고기를 차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