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과 율법 – 계약 – 고대 근동의 조약

 

계약과 율법




가.  계약




  ‘계약’은 히브리어로 ‘브릿’이다. 브릿은 본디 ‘족쇄’나 ‘사슬’을 뜻하였지만, 성서에서는 두 주체 사이에서 구속력을 갖는 온갖 협정을 가리키는 데에 쓰인다. 예를 들면, 야곱과 라반 사이의 협약(창세 31,44), 다윗과 요나단 사이의 우정어린 약조(1사무 18,3), 아브라함이 아모리족 전체와 맺은 평화조약(창세 14,13)과 임금들 사이의 협약(1열왕 5장; 20,34), 혼인 서약(잠언 2,17; 말라 2,14)따위이다. 그러나 성서에서 계약은 주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특별한 약조를 가리키는 데 가장 많이 쓰인다.


  성서학자들은 하느님이 당신 백성과 맺으신 계약을 고대 근동 국가들 사이의 조약과 비교․연구함으로써 계약에 관하여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금세기에 발견된 대부분의 고대 근동 조약문들은 기원전 1500-600년경에 쓰인 것으로서 이 시기는 구약성서의 형성 시기와 겹치므로 성서 저자들이 바로 조약문들을 참조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1) 고대 근동의 조약


  구약성서에서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계약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대목으로는 탈출 19―24장과 신명기 전체를 들 수 있고, 짧은 언급으로는 여호 24장, 1사무 12장을 꼽을 수 있다. 이 대목들과 비교할 수 있는 고대 근동의 대표적인 조약은 기원전 1400-1200년경에 헷족이 다른 나라들과 맺은 주종조약과 기원전 700-600년경에 아시리아가 군소왕국들과 맺은 조약들이다.


  고대의 조약들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평등조약이고 다른 하나는 주종조약이다. 평등조약에서는 조약의 두 당사자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지니며 약속의 이행을 두고 상대방을 억압하거나 상대방에게 강요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기원전 1290년경에 이집트의 라메세스 2세와 헷 임금 하투실리스가 시리아에서의 전쟁을 끝내려고 맺은 평화조약이다. 주종조약에서는 종주국 임금이 종속국 임금에게 충실히 실행해야 할 의무조항들을 일방적으로 나열한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서는 자비심을 가지고 종속국을 보호하겠다는 약속 이외에는 어떤 의무조항도 제시하지 않는다. 주종조약이야말로 주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시나이 계약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헷족의 초기 주종조약은 보통 여섯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첫째, 조약 주체의 자기 소개: 종주국 임금이 자기 이름과 호칭을 장엄하게 소개한다.


  둘째, 이전의 관계를 설명하는 역사적 서문: 종주국 임금이 과거 종속국 임금에게 베푼 은혜들을 나열한다. 이는 종속국 임금이 종주국 임금을 섬겨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종속국이 지켜야 할 의무와 규정들: 종주국 임금은 종속국 임금이 지켜야 할 의무 조항들을 상세히 밝힌다.


  넷째, 조약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지킬 것을 공적으로 선포함: 종주국 임금은 종속국 임금이 조약문을 신전에 두고 정해진 때마다 그것을 공적으로 낭독할 것을 요구한다.


  다섯째, 조약의 증인들에 관한 언급: 나라와 나라 사이에 맺는 장엄한 조약의 증인들은 두 나라의 신들이다.


  여섯째, 저주와 축복: 증인으로 선정된 신들은 조약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그것을 충실히 지키지 않는 임금에게는 저주를 내리고, 충실히 지키는 임금에게는 복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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