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족 탄생 이전의 역사
고대 근동의 민족들은 자기네 민족의 기원을 우주의 창조와 연결시킨다. 예를 들어 바빌로니아의 창조 서사시 ‘에누마 엘리쉬’를 보면, 신들의 신이요 임금인 마르둑이 우주 창조를 마감할 즈음에 메소포타미아의 모든 나라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바빌로니아를 세웠다고 되어 있다. 이와 달리 이스라엘인들은 자신들이 고대 근동의 역사에서 다른 민족들보다 훨씬 뒤에 나타났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네 민족의 태동을 우주의 창조를 전하는 신화의 세계에 연결시키지 않고 인간 역사의 틀 안에 두었다.
1. 고대 근동의 상고사
성서 저자들은 이스라엘의 원초적 역사가 아브라함이 가족들을 데리고 메소포타미아에서 팔레스티나로 이주하면서 시작된다고 본다. 그런데 성서 밖의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되 비문들은 기원전 3천년기 이전에 상당한 수준의 문화 유산이 이 곳에 자리잡고 있었음을 증언한다. 이 문화 유산은 창세기에 등장하는 성조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것을 짐작할 수 있기에, 성조 시대 이전의 고대 근동사를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 원시 정착부락
고대 근동의 가장 오래 된 원시 정착부락은 구석기 시대 말기인 기원전 8천년대에 생겨난 것을 추정된다. 팔레스티나의 티베리아 호숫가에서 사람들의 주거 흔적이 발견되었다. 그 이전에는 사람들이 거친 석기를 사용하며 동굴 속에서 가족 단위로 살았을 것이다. 예리고의 가장 오래된 주거지는 늦잡아도 기원전 7천년 무렵에 이미 생겨난 것 같다. 예리고의 나툽-와디에서 발견된 돌낫과 그 밖의 원시적 농기구들은 이 지역 주민들이 곡식을 재배하고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하였음을 알려 주는 증거이다.
예리고의 정착부락은 처음에는 오두막들로 이루어졌으나 나중에 진흙 벽돌집들과 돌로 된 방벽으로 둘러싸인 성읍으로 발전 하였다. 이 곳에서 점토로 빚은 연인상과 가축상들이 발굴되었는데 풍산신 숭배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갈대의 질긴 줄기에 점토를 입힌 가족상들도 발견되었다. 이것은 아버지․어머니․아들이 한 조가 되는 고대의 삼위일조 숭배를 시사한다. 예리고 말고도 북부 이라크의 고원지대에 있는 야르모, 지중해 연안의 라스-샤므라와 레바논의 비블로스, 길리기아와 북부 시리아, 키프로스, 티그리스강 상류지대, 나일강의 델타지역 등지에서 이런 소도시들이 기원전 7천년기에서 5천년기까지 신석기 시대의 문화를 꽃피웠다. 5천년기 말부터 이 지역 주민들은 금속 가운데 맨 먼저 구리를 사용하였다. 이 시기에 늘어나는 인구 수에 맞추어 논사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였고 배수 공사와 관개시설이 원시적 형태로나마 자리를 잡아 갔다. EH한 더욱 활발한 물자 교류와 문화 생활을 위해 최초의 도시국가들도 생겨나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