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강림의 이해

 

-“날이 차다”: 마리아가 달이 차서 아기를 낳듯이, 예수가 때가 차서 이 세상을 떠나가듯이. 루가의 교회사관에 볼 때, 성령 강림은 매우 중대한 전환점이라는 것을 이 표현으로 드러낸다. 그것은 성령 강림으로 교회의 시간이 개막되었다는 뜻이다.


-오순절: 그리스말 “50”이라는 뜻의 Pentecost를 우리말로 옮긴것. 유다교에서는 본래 맥추절, 더 정확히는 소맥추절 곧 밀을 수확하고 지내는 추수감사절이었다. 그런데 이 축제는 보리 첫물을 수확하고 난 뒤 7주간이 지난 다음에 거행하게 되었다. 보리 가을 명절이자(=무교절) 과월절 곧 해방절을 지내고 꼭 50일 만에 지내는 명절이라 해서 오순절이라고 했다고 본다.


그런데 출애 19, 1에 보면 이스라엘이 이집트를 떠나온지 석달째 되는 초하루에 시나이 산에 도착했다고 한다. 과원절과 무교절이 첫째 달 중순에 있었으니 그달의 나머지 2주간과 둘째 달의 4주간 그리고 셋째 달의 첫 주간, 모두 7주간이 되는 셈이다: 즉 오순절과 시나이 산 계약과 율법 제정과 선포는 같은 시기에 있었다는 관찰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희년기>의 달력을 따르는 꿈란에서는 이 오순절을 하느님과의 계약 갱신의 대축제로 지냈다. 그리스도인들이 유다교의 이 오순절을 성령 강림 축일로 수용한 데에는 여러가지 동기가 있었겠지만, 교회의 탄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시나이 산에서 계약을 맺음으로써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백성, 그 선민이라는 신원과 지위를 얻었다. 성령의 오심과 함께 그리스도교도 하느님의 새 백성인 교회가 처음으로 소집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고 본다. 왜냐하면 교회는 하느님과 새로운 계약을 맺고 태어난 하느님의 새 백성이라는 자아 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새로운 자기 이해에 계기를 준 것은 여러 가지이지만 교회 공동체는 일찍부터 예수의 승천과 성령 강림을 한데 묶어 축제로 거행한 것도 그 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 옛날 모세가 시나이 산에 올라가 하느님과 계약을 맺고 율법을 받아가지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공포했듯이, 이제는 예수께서도 하늘로 올라가서 십자가에서 흘리신 피로 새로운 계약을 하는님과 맺고 새로운 율법 곧 성령을 우리에게 보내시어 우리를 하느님의 새 백성으로 소집하시도록 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성령 강림 때 세찬 바람과 불과 혀, 그리고 언어의 기적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첫계약이 그랬듯이 새 계약도 그렇다는 것이다. 아니 새 계약이야말로 결정적인 계약이라고 할 것이다: 율법 대신 성령을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기 때문이다. 그리스교의 오순절이 어떻게 해서 생겨났든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의 사도행전의 오순절 성령 강림 이야기는 팔레스티나 아닌, 칠십인역 그리스어 구약성경을 읽던 헬라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세찬 바람과 불: 구약 성서의 소위 신현 묘사에 자주 기 용되는 소재이다(이사 66,15 이하). 물론 출애 19장의 시나이 산에 내려오시는 하느님의 현존과 권능을 그리는데도 이와 비슷한 소재가 동원되었다: 출애 19, 16에는 천둥소리, 번개, 짙은 구름이 신현(神現)을 동반하는 현상으로 소개되어 있고 19, 18에도 연기, 불, 산의 뒤흔들림 따위 소재는 하느님의 나타나심을 묘사하는데 그 장면이 마치 지진을 연상시킨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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