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단계,구송기도,묵상기도,잠심의기도,고요의기도,합일의기도, 신비적 약혼,신비적 결혼

 

4. 기도 – ꡔ영혼의 성ꡕ을 중심으로



4.1. 데레사의 기도의 개념



  데레사는 기도와 생활과의 관계, 극히 숭고한 신비적 생활과 자신의 타고난 재능으로부터 가장 평범한 형제애를 실천함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인 관계를 다양하면서도 친숙하게 맺고 있었다. 이러한 모든 분야의 일치의 요소는 기도였다. 마치 아씨시의 프란치스꼬 성인을 연상하면 곧 가난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이 아빌라의 대 데레사를 말할 때 즉시 기도를 연상케 된다.1)

  데레사는 기도의 단계를 매우 분명하고 훌륭하게 분류하고 있으며 기도생활의 강도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강도와 비례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데레사가 가르친 기도의 단계는 그리스도적 완덕을 향한 상승의 정도를 표현한다. 그러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기도의 각 단계는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도의 단계를 수덕적인 것과 신비적인 것으로 대별할 수 있다 해도 영성생활 초보단계에도 신비기도가 있을 수 있고  영성생활의 단계에 있어 한편이 다른 편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다.2)

  기도는 우선 주님의 은혜이며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기도의 원천이시다. 예수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기도의 생활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기도는 더 많이 하면 할수록 그 의미를 더 깊이 깨닫고 맛을 들이게 되는 수덕의 일부다.

  데레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밤이나 낮이나 끊임없이 기도하였다. 따라서 기도는 그녀의 영성생활의 진수이다. 데레사는 그리스도인 완덕의 길에서 첫 단계, 즉 수덕적 기도 생활에서 신체적인 허약, 무기력 혹은 태만 등 악습을 제거하고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물려고 하는 의지의 훈련이나 활동과 같은 덕을 쌓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묵상을 잘하는 길을 제시해 주며 나아가 구체적인 실천 방법들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데레사는 이러한 수덕적 단계를 영성생활의 더 높은 단계에 이르기 위한 준비 단계라고 가르친다.

  기도는 보물이요 값진 진주이며 풍성한 은총 속으로 들어가는 문이며 하늘나라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데레사는 가르친다. 그는 자신의 기도 생활 체험을 통하여 그리스도인적 삶의 신비를 이해하게 되었다.3) 데레사의 영성생활은 묵상기도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으며 그에게 묵상기도는 하느님과 우정을 교환하는 것이며 완덕에 도달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영성생활의 기본 훈련이다. “하느님께 받은 묵상 기도의 은총은 나에게는 큰 보배였습니다. 그것은 내게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던 것입니다”.4) 성녀에게 묵상기도란 자기가 하느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하느님과 단 둘이서 자주 이야기하면서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이다(자서전 8장 5). “기도는 나를 사랑하시는 님과 단 둘이 이야기하면서 정답게 사귀는 것”5)이다.

  이는 결국 사랑의 친교이다. 데레사는 하느님께서 그를 사랑해 주심을 느꼈고, 한편 그도 주님께 대한 사랑에 불타올랐다. 데레사는 사랑의 부르심을 느꼈기 때문에 하느님과 함께 사랑을 속삭이게 되었던 것이다. ‘기도란 하느님과 정답게 사귐’이라고 한 성녀의 기도에 대한 정의는 배운 그대로 기도를 겸허하게 외는 것에서부터, 하느님의 오묘한 신비에 들게 하는 황홀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에나 들어맞는 폭넓은 것이며, 그만큼 더욱 명료하고 실제적이다. 이것은 어떤 특수한 이들을 위해서가 아니고, 온 교회를 위해서 말하는 영성생활의 스승의 정의이다.6)

  데레사의 기도는 자기 자신 안에 하느님이 계시는 궁전을 쌓는 작업이라고 하며, 이 궁의 핵심에 하느님이 계신다고 하고 하느님이 거주하시는 영혼의 핵심에 도달하는 것을 가르멜산의 정상에 오른다고 하며 이때 하느님을 대면하는 지복의 영광을 누린다고 한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것은 사랑 자체를 만나러 간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사랑 자체를 지속적으로 만나러 가기 위해서는 인간 자신이 사랑으로 변모되어야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서로 닮게 하기 때문에 인간은 하느님을 닮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 데레사는 이에 대해 말하기를 “사랑이 지속하고 우정이 진실하려면 서로 동등한 지위여야 한다”7)고 강조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은총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라고 기도자에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므로 데레사의 기도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된 인간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데레사는 말과 생각을 넘어서는 기도를 통해 자기존재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자기를 존재케 하는 참 존재, 즉 모세에게 나타나신 하느님이 자신을 제시한 것처럼(출애 3, 14 나는 있는 자 바로 그로다 Ego sum, qui sum) 기도 중에 자신 안에서 “내 딸아, 영혼은 더 깊이 내 안에 잠기기 위해 자신을 고스란히 사르어 없애 버린다. 살아 있는 것은 영혼이 아니고 바로 나다”8)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즉 자신의 마음속으로 세상을 이탈해 들어갈 때 자신 안에 삶의 근거와 기쁨을 체험하며 자신 안에 내재하시는 인간의 존재의 근거인 하느님을 만나게 됨을 볼 수 있다.



4.2. 성녀 예수의 데레사의 기도의 체험



  기도는 유한한 인간 존재가 무한 존재인 하느님을 만나는 공간이다. 기도의 가교를 통하여 불완전한 존재가 완전한 존재로 상승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난다.

  성녀 데레사는 우리 영혼이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과 내적 일치를 이룰 수 있는가를 자신의 기도 체험에 근거를 두고 같이 사는 자매들에게 실천적인 가르침과 권고를 하는데 그것은 자신의 생활 체험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많은 그리스도인들로부터 폭넓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그들을 영적 성장으로 이끌고 있다.

  자서전인 “천주 자비의 글”은 성녀 데레사 자신의 초기 단계의 기도생활로부터 완덕에 이르기까지 성녀 데레사가 끊임없는 기도 안에서 체험한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체험을 통해 성장한 신앙과 신비적 단계의 기도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완덕의 길”은 기도와 수행의 권고와 분명한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성녀 데레사의 많은 저서 중에서 가장 수덕적인 작품이다. 성녀의 마지막 걸작인 “영혼의 성”은 성녀 데레사 자신의 기도의 내적 체험을 단계적 발전에 따라 묘사하고 있다.

  데레사는 하느님 뵙기를 몹시 열망했고 기도드리려고 고요한 곳을 찾아 다녔는데 특별히 로사리오를 정성껏 드렸다고 자서전은 들려준다. 데레사는 영원히 지속하는 천상보화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혔는데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천상보화를 얻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었다고 자서전에서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이 체험은 다른 풍부한 경험들과 함께 동일한 주제를 이루며 성녀에게는 추억으로 기억되고 있다.

수녀원에 입회한 뒤 수도생활 초기의 기도생활은 이미 유년기에서부터 시작된 묵상기도로서 그리스도의 인성을 바라보는 매우 놀랄 만큼 충만한 기도생활이었으나 그 뒤 약 18-20년이란 긴 세월동안 자기 자신과 처절히 싸우는 삭막하고 메마른 상태가 지속되었다. 데레사가 기도하면서 겪은 어려움의 하나는 하느님의 현존을 묵상하고 추리하며 구체화하는 오성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며9) 둘째로는 온갖 잡념 때문에 기도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10)

  이러한 어려움들은 그의 기도에 대한 열망을 잠재우고 그에게 기도란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것이 되어 버림으로써 기도에 대한 굳은 결심조차도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데레사가 기도할 때 겪었던 분심은 한 주제에 오롯이 몰입할 수 없는 지성의 나약성이 체득되어 오는 것으로서 무미건조한 심적 상태를 초래하기도 하는 일종의 육체적인 병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삭막한 심적 상태에서 벗어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이었다.

  데레사는 또한 성녀 막달레나에 대해서도 깊은 신심을 갖고 있었다. 성 아우구스티노와 성녀 막달레나의 공통점은 무엇보다도 큰 죄를 범한 죄인이며 이들은 이 점을 깊이 자각했다는 것이다. 가르멜회의 영성 신학자인 엠마누엘 르노가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데레사의 영적 향상의 출발점은 자신의 비참을 매우 깊은 곳에서 자각했다는 데에 있었다. 하느님의 현존을 자기 안에서 한층 더 분명하게 느꼈을 때 그는 자기 행동이 불완전했을 뿐만 아니라 그 행동의 원동력이 자기 안에서 하느님의 지존하신 신성의 청정함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불완전함으로 더럽혀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11)

  데레사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의 초라함을 깨닫고 갈등을 느꼈으며 이 갈등에 짓눌려 마침내는 하느님과 은밀히 나누는 대화인 기도를 중단하고 말았다.12) 데레사는 약 20년 간 기도와 처절히 투쟁을 통하여 기도의 길이 얼마나 길고 험한 고난의 길인지 절실히 체득하였다. 하느님한테서 오롯한 자유를 얻기전에 데레사는 자신 안에 자신만을 신뢰하고 자신만을 추구하는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음을 묵상 기도를 통한 성령의 비추심으로 간파하였다. 데레사는 자신을 온전히 버리지 않았고 하느님께 전적인 신뢰를 두지 않았음에 잘못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는 끊임없이 덕행의 길에 크게 진보하게 되었다.13)

  이제 데레사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을 초월하여 사랑 자체이신 분께로 그를 이끌 수 있는 위대한 사랑의 힘이었다. 데레사는 내밀하면서도 초월적인 유일하신 하느님의 현존체험을 삼위일체의 신비적인 인식 속에 심화해 갔으며 이 같은 체험적인 보화는 처음에 눈에 띄지 않은 현존으로서 그에게 당신 인성을 나타내신 그리스도라는 위격의 생생한 접촉으로써 점차 형성되었다.14) 데레사는 이 신비체험을 통해 주께로 오롯이 회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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