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ich Fromm 의 종교이론
1. Fromm 의 종교보편성
Erich Fromm은 1900년 3월 2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전통적인 유대교 집안에서 성장하여, 어릴 적부터 유대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별히 그는 구약의 예언자들과 탈무드의 인본주의적인 가르침에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세상이 부와 권력에 의해 다스려지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였다.1)
그는 하이델베르크대학,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사회학과 심리학을 전공했고,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뮌헨과 베를린의 정신분석 연구소에서 정신분석을 깊이 연구한 후, 프로이드의 정신 분석법을 사회현상에 적용한 신프로이드학파의 기수가 되었다. 1933년 나치의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던 그는 이후 예일대학과 미시간 주립대학, 뉴욕대학, 멕시코 국립대학등에서 교수를 역임했으며, 교수생활을 하면서 많은 저작들을 집필하여 우리시대의 사랑과 영혼의 위대한 지성의 한 사람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으며, 1980년 3월 18일 세상을 떠났다.2)
신프로이드학파에 속하는 Fromm은 종교에 많은 관심을 두면서 Freud의 종교이론을 약간 수정하여 종교이론에 상당한 공헌을 하였다. 종교의 정의문제에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던 Freud와는 달리, 그는 종교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는 신관념을 갖지 않는 불교나 유교 등도 포함하는 종교정의를 작성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그는 종교란 인간 집단이 공유하는 행동과 사상체계로서 신앙인에게 定向의 틀(frame of orientation)과 獻身의 대상 (object of devotion)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3)
Fromm의 종교론은 그의 저서인 정신분석과 종교(psycho analysis ana religion)와 禪과 정신분석(Zen Buddhism and psycho analysis)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그의 종교에 대한 정의는 기능주의적이며, 포괄적 정의에 속한다.
Freud는 유아기와 인생의 무력감과 무의미체험뿐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려는 소망도 보편적이므로 종교에 대한 소망도 보편적이라고 보았다. 그와 유사하게 Fromm도 종교에 대한 소망과 요구는 보편적일 뿐 아니라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과거의 모든 사회에 종교가 존재하였던 것처럼 미래의 모든 사회에서도 종교가 발견될 것이라 생각한다.
종교요구가 보편적이라고 말할 때에 제시되는 Freud의 이유와 Fromm의 이유는 상당히 다르다. 종교요구를 거론할 때에 Freud는 그리스도교적 종교관념과 神관념을 주로 염두에 두었지만, Fromm은 정향의 틀과 헌신의 대상에 대한 요구를 종교 요구와 동일시한다. 그는 종교를 인간에게 정향의 틀과 헌신의 대상을 제공하는 많은 사상과 의식체계 중의 한 종류로 보았으며, 모든 사람이 헌신의 대상과 정향의 틀을 요구하기 때문에 종교 요구가 보편적이라고 했다. Fromm은 통념적인 종교(본질적 정의와 배타적 정의에 의한 종교를 주로 말한다)들을 종교로 인정하면서도 종교 요구란 말로는 통념적인 종교 요구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의미의 종교 요구가 보편적인 이유는 인간실존의 조건 때문이다. 인간은 자의식과 이성과 상상력 때문에 동물이 누리는 자연과의 조화를 상실했다. 육체적으로 자연의 일부이고 물리적 법칙에 예속하면서 자기의식과 이성과 상상력으로써 자연을 초월한다. 자신의 무력, 한계, 죽음을 깨닫고 예견하면서도 그렇다고 육체나 이성을 버릴 수 도 없다. 그래서 인간의 실존은 계속적이고 필연적 불균형 상태에 있다. 동물중에 자기 실존을 문제로 느끼는 것은 인간뿐이고 인간만이 그 피할 수 없는 불균형을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이러한 노력 때문에 인간은 항상 불만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위해서 영원히 노력한다.
Fromm에 의하면 인간은 완전히 포괄적인 세계관을 건설함으로써 사고 안에서 조화와 균형을 회복하려고 시도한다. 이 세계관은 인간의 위치와 행동방향을 지적해 주는 참고틀(frame of reference)이 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육체와 정신이 있기 때문에 정향의 틀이 만족스러운 것이 되자면 지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행동으로써 실현될 수 있는 감정요소도 포함해야 한다. 하나의 목표, 이념, 신과 같이 인간을 초월하는 힘에 대한 헌신은 균형과 조화를 향한 요구가 보편적이고 따라서 정향의 틀과 헌신대상에 대한 요구가 필연적이란 의미에서 종교 요구는 보편적이다.
2. 인본주의적 종교와 권위주의적 종교의 특징
Fromm은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른 사회 조직의 변혁은 인간을 점차 비인간화하고 있으며, 인간은 자신의 삶의 목적조차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 구조 속에서 인간은 자신을 전혀 무력한 존재라 생각하고, 자기 이외의 갖가지 권위, 즉 국가나 민족이라든가 경제 기구, 또 성공이나 명성, 또는 우상화된 교회나 神등에 종속되어 자기 자신을 상품화하든가 수단화함으로써 자기 자신과 자기의 자유를 포기하고 있다고 한다. Fromm은 이러한 인간 자신을 무시하고 유린하고 있는 모든 것을 ‘권위주의적’이라는 말로써 총칭한다. 이런 권위주의적인 사회 구조나 조직 속에서는 인간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인간의 진정한 생산성을 발전시키지 못한 채 인간성이 왜곡되어간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원받는 길은 인간자신을 회복하고, 인간의 생산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인간 중심의 새로운 인도주의적 윤리를 정립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단 사회 조직뿐 아니라 정치 권력과 종교까지도 인간 중심의 그것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그의 저서 ‘Man for Himself’에서 말하고 있다.4)
Fromm은 이러한 기본 개념 속에서 종교에도 인본주의적인 종교와 권위주의적인 종교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종교란 어느 것이나 유아적 고착(infantile fixation)에 불과하며 인간성숙을 저해한다는 Freud의 견해와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인간발전의 목표와 성숙의 지표는 비판적 사고력, 형제적 사랑, 독립성과 책임성 등이라고 한 점에서는 Freud와 동의한다.
Freud는 종교의 유신론적이고 초자연적 관념이 인간 성숙을 방해한다고 비판한데 반하여, Fromm은 인간성숙의 지표들은 세계종교의 가르침, 즉 공자, 노자, 석가, 구약의 예언자, 예수 등의 가르침이 인간 윤리의 핵심이며, 인간성숙의 지표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세계종교들이 자기의 가르침을 말로 뿐 아니라 정신으로도 실천한다면, 다시 말해서 종교가 거의 순수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종교는 인간발전과 성숙에 이롭다고 한다. 그의 견해로는 세계종교들이 순수성을 유지 못하고 흔히 변질되어서 존재해왔다고 한다. 변질된 형태는 정도에 따라 상이하지만 인간발전에 해로웠다고 한다. 그는 종교와 인간발달의 관계를 거론하자면 종교를 구분하면서 취급해야 하며, 단순하고 일괄적인 대답은 무책임하고 허위적이라고 한다. 세계종교에 대한 통속적인 구분은 별 가치가 없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구분은 권위적 종교(authoritarian religion) 와 인본주의적 종교(humanistic religion)의 구분이라고 한다. 5)
권위주의적 종교를 특성 지우는 몇 가지가 있다. 인간은 더 높은 힘에 의해서 통제된다고 인식한다. 그 힘은 사랑이나 정의가 아니라, 통제력 때문에 예배와 복종과 존경을 드려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최고의 덕은 복종이며, 불복종은 최악의 죄악이라 생각해서, 인간은 무력하고 보잘것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神에의 완전한 굴복을 통해서, 즉 자주성을 포기함으로써 힘과 안전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며, 神에게는 모든 사랑, 지혜, 정의가 있으나 인간에게는 전연 없어서 공허하며, 자신은 미소하고 무력하다는 감정으로 자신을 슬픔과 죄의식 속에 억눌리게 하는 것이 권위주의적 종교의 특징이라고 Fromm은 말한다.
권위주의적 종교가 인간에게 해로운 것은, 인간이 자신의 가장 값진 힘을 절대자에게 전부 투사함으로서 인간은 자신에게서 격리되고 소외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의하면 소외는 어떤 상태를 의미하기보다는 의식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으로서 자신을 이질적인 존재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좋은 것을 상실한 죄인으로 느끼고, 신의 자비를 통해서만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결과로 인간은 인간 자신이나, 동료에게 신뢰를 두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자신의 사랑이나 이성의 힘을 체험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비판적 사고력, 형제적 사랑, 자주성과 책임감은 퇴보한다고 그는 말한다.
Fromm은 종교를 변질시켜 전제형이 되게하는 조건들을 말하면서, 강력한 소수집단이 대중을 굴종시키고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개인은 공포심에 떨고 자주성을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종교체험도 전제형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유를 느끼고 자기 운명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이나 자유와 자주성을 위해서 투쟁하는 사람에게는 인본주의적 종교 체험이 발전한다고 한다. 그외에도 그는 어떤 종교가 정치세력과 야합하여 옹호하면 그 종교는 필연적으로 권위주의적인 종교가 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제형 정치체제의 압력에 대항하던 종교와 정치체제와 야합할 기회를 전연 갖지 못한 종교는 인본주의적 체질을 유지하고, 정치 세력과 야합한 종교는 권위주의적인 종교로 변하였다고 한다.
Fromm은 위에서 말한 기준에 맞추어 권위주의적 종교의 예를 들고 있다. 종교개혁 당시에 출현한 칼빈신학(Calvinism)을 권위주의적 종교의 첫 예로 든다. 절대적 예정설을 가르치던 칼빈교파에서는 신의 절대적 힘과 독단적 결정 뿐아니 인간의 무력과 굴종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약성서의 앞부분은 권위주의적 종교의 정신으로 쓰였으나, 노아와 홍수의 이야기에서 인본주의적 성격이 나타나고, 아브라함 시기에는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또 초기 이후의 불교와 초기 이후의 그리스도교, 즉 대략 4세기 이후부터 20세기초까지의 그리스도교는 권위주의적 종교에 접근한다고 보았다.
역사상에 나타난 종교를 보면 인본주의적 종교보다도 권위주의적 종교가 더욱 흔했다고 생각하면서도, Fromm은 인본주의적 종교가 실재로 존재하였다고 믿고 있다. 인본주의적 종교는 순수성을 유지하는 종교이며, 인간성숙을 위해서 이롭다고 생각하였다. 권위주의적 종교와는 달리 인본주의적 종교는 인간과 인간의 능력이 중심이 된다고 보았다. 공포와 복종보다도 사랑, 자주성, 책임성 등을 장려할 때에만 인간성숙에 도움을 준다고 보았다. 그에 의하면 인본주의적 종교 안에서는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고 동료와의 관계와 우주 안에서의 위치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성의 힘을 연마할 것을 강조하고있고, 인간의 이해력만이 아니라 사랑의 능력이 인정되고 사랑의 실천도 강조되고 있다고 보고있다.
인본주의적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복종이 아니라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이라고 한다. 신앙이란 어떤 명제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사색과 체험에 기초를 둔 신념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인본주의적 종교의 주도적 느낌은 기쁨이라고 한다. 신이 무시되거나 초월성이 부인되지 않으면서도 공포와 힘과 처벌의 신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이 인본주의적 종교의 특징이라고 한다.
Fromm은 인본주의적 종교의 훌륭한 사례의 하나는 초기불교라고 말한다. 석가 자신은 인본주의적인 가르침을 설파했고, 초자연적 힘이 아니라 이성의 이름으로 설교했고, 각자는 자기의 이성을 사용해서 진리를 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렇게 할 경우에 그는 비합리적 욕정에서 해방되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고 한다. 불교의 한 종파인 선불교가 보다 더 인본주의적 종교이고, 그리스도교에 관한 것이면 예수의 가르침을 비롯해서 4세기 종교자유가 주어지기 전까지는 분명히 인본주의적인 종교였다고 한다. 그러나 종교자유가 주어진 이후 위정자들과 친밀해지면서 권위주의적인 체질이 강해 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세기에도 인본주의적인 성격이 완전히 소멸된 것이 아니었고, 신비주의자들을 통해서 계속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리스도교 전체가 특히 가톨릭이 인본주의적인 체질을 20세기에 와서 회복한다고 보고 있다.
어떤 종교가 권위주의적이고, 인본주의적인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Fromm의 판단이 절대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이론은 충분히 입증되지 못한 가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인본주의적 종교의 신도가 성숙을 촉진하는 반면, 권위주의적 종교의 신자들은 성숙을 저해 받는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이 입증되자면 두 종교신도의 성숙도를 측정한 후, 모든 중요한 조건을 고려해도 인본주의적 종교의 신도들이 권위주의적 종교의 신도들 보다 성숙도가 높다는 평가가 발견되어야 한다. 그러나 Fromm 자신도 이러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다른 학자의 연구보고도 알려진 것이 없다.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