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역설적 상담은 최근에 개발된 상담의 한 접근 방법으로 어느 특정 이론가에 의해서 체계화된 것이라기 보다는 여러 이론가들이 공동으로 발전시킨 상담의 접근 방법이다.
역설적 상담은 역설적 의사소통의 병리적 측면을 인정하면서 역설적 의사 소통 자체를 치료적 방법으로 역이용하는 것이다. 역설적 상담은 고정된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 도움을 주는 실제적인 접근방법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아동 및 청소년 문제, 우울증 치료, 결혼생활에서의 문제, 노이로제 등을 해결하는데 특히 도움을 주고 있다.
역설적 상담(逆說的 相談, paradoxical counseling)은 책략적 상담 또는 이중속박 상담학파로 불리는 1950년대부터 개발된 상담의 한 접근 방법이며, 특히 가족상담 및 치료분야에서 발전하고 있다. 역설적 상담은 어느 특정 이론가에 의해 체계화된 것이라기 보다는 여러 이론가들이 공동으로 발전시킨 상담의 접근 방법이다. 역설적 상담을 가장 먼저 이용한 사람은 Alfred Adler이고,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Erickson이며 Bateson이 이끄는 팔로알토 집단에 의해 주로 발전하였다.
Bateson이 이끄는 팔로알토 집단은 역설을 통해 서로 다른 논리 차원에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즉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에는 내가 거짓을 말할 때는 참이 되고, 오히려 참을 말할 때는 거짓이 된다는 역설이다. 그런데 이러한 역설적 의사소통에는 서로 다른 논리적 차원에서의 의사소통이 있다. 즉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에는 ‘내 말을 믿어달라’는 초의사소통(metacommunication)이 들어있다. 이러한 초의사소통이 분명히 밝혀질 때 역설적 의사 소통자체가 치료적인 방법으로 역이용될 수 있다.
역설적 상담에서는 인간관, 성격이론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역설적 상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개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일차원적 변화와 이차원적 변화는 내담자의 문제행동이 변화되는 원리이다.
일차원적 변화(first-order change)는 주어진 체제 안에서의 변화 즉 그 체제의 구성요소 혹은 부분들은 어떤 종류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나 그 체제의 구조자체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예를 든다면 파리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창문에 계속 부딪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파리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계속 유리창을 부딪치기 때문에 일종의 변화의 시도이다. 이것을 일차원적 변화라 한다. 그러나 파리는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혹뿔만 나게 된다.
이차원적 변화(second-order change)는 일차원적 변화의 방법에만 의존할 수 없을 경우 체제의 구조자체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리가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열린 공간을 찾아 방향을 바꾸는 것인데 이것이 이차적 변화이다.
그러므로 이차적 변화는 지금까지 최선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잘못 시도해 온 일차원적 변화의 방법자체를 변화시킴으로써 심각화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하나의 고차원적 변화이다. 토마스 쿤의 이론의 변화와 페러다임의 변화가 이러한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팔로알토 집단은 역설적 의사소통의 병리적 측면을 인정하고 역설적 의사소통 자체가 치료적인 방법으로 역이용될 수 있다고 하였다. 역설은 이율배반과 의미적 이율배반에서 생겨나는데 이 역설이 현재 진행중인 상호작용에서 나오며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중속박과 관련된다. 예를 들면 우울증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지지와 인정을 추구하면서도 막상 타인의 지지와 인정을 받으면 스스로가 자기를 깍아내려 그것을 거부해 버리는 것과 같다. 이는 접근과 회피의 갈등이라는 이율배반적 상황에서 나온다.
이중속박은 화자가 청자에게 그가 어떻게 행하든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강요하는 의사소통의 한 유형이다. 먼저 화자는 이율배반적인 모순을 요구한다. 그리고 청자로 하여금 속박에 대해서 구별도 언급도 못하게 하고 속박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게 한다. 이러한 이중속박의 상황에서는 화자가 청자에게 의사소통 할 때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상반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께 와서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야하느냐, 용서해야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한 메시지에 응답하며, 다른 메시지에 자동적으로 위반되기 때문에 둘 중 어느 것에 응답하더라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Bateson은 이러한 이중속박 메시지와 같은 ‘병리적’ 의사소통이 가족내의 정신분열증 발병의 원인이 된다고 보았다.
역설적 상담에서는 내담자에게서 드러나는 문제행동을 ‘부적응 행동’이라 한다. 부적응행동은 내담자의 증상행동으로 자의에 의해서 통제할 수 없는 부적응행동 또는 그와 같은 행동형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여 보았으나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말한다.
내담자들이 겪는 문제는 일상적인 생활상의 어려움에 잘못 대처함으로써 자꾸만 커진다. 이런 문제들을 지금과 꼭 같은 방법으로 행동하고 타인들과 상호작용을 한다면 계속 유지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어려움들은 계속 유지된다. 그와 같은 문제, 지속적 행동을 제거하거나 적절히 변화시켜준다면 문제는 해결되거나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내담자들이 자기의 문제에 대해서 잘못된 해결책을 시도함으로써 점점 더 부적응 행동을 발전시키게 된다. 예를 들어 대인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그 상황을 피함으로써 해결하려하는 것.
역설적 상담에서는 인간의 성장이나 발달보다는 제안된 문제자체의 해결에 초점을 둔다. 즉 부적응 행동의 제거이다. 그러므로 역설적 상담은 내담자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가르치고,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상담의 초점을 현재의 증상행동, 구체적으로 현재 내담자를 괴롭히는 것에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설적 상담은 제일 먼저 문제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진다. 이때 내담자는 자기의 문제가 무엇인지 규정하도록 하고 곧이어 문제에 대한 분석이 뒤따른다.
두 번째 단계는 문제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즉 무엇 때문에 문제행동이 계속되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세 번째로 상담의 목표가 설정된다. 상담목표가 설정됨으로써 이것 자체가 주어진 시간 내에 행동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암시로 작용하게 된다.
넷째로 행동변화를 위한 지시가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카운슬러가 내담자의 행동변화를 위해서 영향을 미쳐야 한다. 내담자는 행동변화를 위한 카운슬러의 지시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카운슬러는 역설적 지시를 하게 된다. 전형적인 역설적 지시상황에서 카운슬러는 내담자에게 그가 두려워하는 일이나 상황을 의도적으로 시도해보도록 한다. 이러한 역설적 지시를 통해 내담자의 반응은 반항의 형태가 될 것이다. 결국 내담자는 반대로 행동하게 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후배가 학교를 그만둔다고 할 때 반대로 ‘그래 잘 생각했다!’하고 말해주면 오히려 오기가 생겨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 번째 단계의 역설적 지시이다. 실제로 변화의 과정은 이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여기서 카운슬러는 역설적 전략들을 실제로 활용하게 되는데, 이때 그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역설적 상담의 원리, 즉 첫째, 변화의 표적은 문제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시도된 해결책이며, 둘째 선정된 책략은 내담자의 언어로 번역되어져야 하고, 셋째, 역설적 지시가 문제의 형성에 주된 역할을 한 것처럼 역으로 문제해결에도 역설적 지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데 토대를 두어야 한다.
역설적 지시는 내담자로 하여금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문제행동을 계속해서 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이때 역설적 지시는 내담자에게 서론 수준이 다른 이중적 메시지를 동시 또는 시간적으로 전후하여 보내는 것이다. 먼저 카운슬러는 내담자에게 ‘당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도록 돕기를 원한다’라고 암시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그 범주 안에서 ‘당신의 행동을 변화하지 말고 그대로 계속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역설적 지시는 대담자로 하여금 혼란의 상태 또는 진퇴양란의 상황에 놓이게 하고 그 결과로 내담자는 지금까지 해온 낡은 행동형태 즉 증상적 행동형태에서 탈퇴하게 된다.
일반적인 인간관계의 갈등은 서로 자기를 높이고 권위나 위신을 지키려는 ‘높은 자세 취하기’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갈등당사자에게 자기의 요구를 들어주고 자기를 존중하기 바란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낮은 자세 취하기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권위주의적인 표현을 씀으로써 자녀의 행동을 바꾸려는 권위주의적 태도와 자세가 아닌 거꾸로 자녀에게 져주는 방법에 해당한다. 이 방법은 부모로서 자신의 권위를 상실할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는 데 효과를 미친다.
좋은 의미의 사보타지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상대방이 전혀 예측할 수 없고 기대하지 못하는 특별 행동을 좋은 의도를 갖고 실행해서 통제하기 힘든 상대방의 행동을 다루는데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자녀에게 청소하라고 잔소리를 하던 엄마가 오히려 자녀 방에 들어와 의도적으로 넘어져 방을 더럽힌 후 자녀에게 방을 어지럽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자녀가 방청소를 하게 만드는데 효과를 발휘한다.
카운슬러의 충고에 저항하려는 내담자의 속성을 역이용하여 오히려 내담자가 보이는 증상행동을 계속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내담자에게 말을 많이 하라고 하게되면 그의 말많은 행동이 노출되므로 오히려 말을 멈추거나 적게 하게 된다.
내담자로 하여금 급하게 하지 말고 의도적으로 천천히 하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그를 자극하고 그 결과 빨리 자신의 문제행동을 개선하도록 촉진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상담에 성의를 보여주지 않는 내담자에게 오히려 너무 자주 만나는 것 같으니 다음주에는 만나지 말자고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변화에 수반되는 심리적 모험과 불안 때문에 상담에 소극적이거나 거부적인 내담자를 오히려 역이용하여 변화를 촉진하는 방법이다.
문제 증상을 보이는 내담자는 일반적으로 고정된 관점을 갖고 그 쪽 방향에서만 문제해결을 시도하기 때문에 문제해결은 커녕 오히려 문제가 악화되는 악순환만 경험한다. 그러므로 관점 바꾸기는 문제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꿈으로써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누구든 비난받게 되면 거부반응을 보이는 일반적인 속성을 역이용하여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행동에 대해 갖고 있는 관점을 바꾸고자하는 관점 바꾸기의 한 방법이다. 이것은 내담자의 문제증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행동에 대해 사물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는 행동으로, 도끼를 들고 아내를 쫓는 남편의 행동을 아내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남편의 갈망으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나오면서
역설적 상담은 결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고정된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 도움을 주는 실제적인 접근방법이다. 그래서 이 방법은 아동 및 청소년 문제, 우울증 치료, 결혼생활에서의 문제, 노이로제 등을 해결하는데 특히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위기 상황에 처해있거나 살인 또는 자살의 위험이 크거나 주위의 환경의 희생자가 되어 있는 내담자에게는 적절치 못하다. 왜냐하면 자칫 이 역설적 방법이 일차원적 변화의 수준으로 볼 때 터무니없이 불합리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내담자로 하여금 역설적 지시에 응하도록 동기를 유발하는 일이 매우 어렵다. 또 잘못하는 경우 역설적 지시는 오히려 내담자를 비꼬거나 조롱하는 것같이 보이고 속임수를 쓰는 것처럼 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역설적 상담에 대한 실제적인 연구 결과들이 많이 나올 분만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이 방법이 보다 널리 활용되어 실제의 상담장면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