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의 시간의 구조화
오늘날 고등동물의 행동의 동인(動因)이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는데, ‘자극’이 행동의 동인(動因)에 있어서 하나의 커다란 요소임이 명확히 밝혀졌다. 번은 특히 유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안될 조건을 연구한 미국의 소아과 의사 스피츠(R.A. Spitz, 1945,1946a)에게서 커다란 영향을 받아, 자극에의 욕구로서 스트로크(Stroke)라는 생각을 전개하였다.1)
즉, 스트로크(Stroke)란 친밀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의 매개체로서 손길뿐만 아니라 말, 인상, 표정, 몸짓 등 감정을 일으키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2) 그러므로 교류란 바로 스트로크를 주고받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TA는 인간이 서로 스트로크를 주고 받기 위해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기가 원하는 스트로크를 얻기 위해 상대방이나 환경을 조작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구체적으로 자기의 생활시간을 대인교류에 둘러싸여 여러 가지로 프로그램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TA에서는 그것을 시간의 구조화라고 한다.3) 한 마디로, “사람들이 둘 또는 집단으로 모여 있을 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시간의 구조화(time structuring)라 한다.”4)
임상현장에서 관찰하는 스트레스와 질병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장기간 바쁜 시간에 쫓긴다든가 반대로 지루해지면 스트로크의 결여 때와 같은 감정적, 신체적 쇠퇴를 나타내는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스트로크를 채우기 위해 시간 보내는 방법을 생각한다고 말 할 수 있다.5)
한편,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은 동일하다. 이렇게 볼 때 각자 어떻게 시간을 구조화시키는가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하고 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까이 지내야할 사람과도 인사를 나누는 정도의 겉치레에 그친다. 또 어떤 사람은 남을 비난하고 헐뜯고 상처를 입히며 세월을 보낸다. 그러므로 ‘진정한 삶’(authentic living)은 어떻게 시간을 구조화시키는가에 달려 있다. 이에 TA에서는 사회적 시간의 구조화(time structuring)를 통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6)
시간의 구조화에는 폐쇄(withdrawal), 의례(rituals), 소일(pastime), 활동(activity), 게임(game), 친밀(intimacy)이라는 여섯 가지 방법이 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에 따라 자아상태와 스트로크의 강도 또는 가치가 다르다. 폐쇄에서 친밀로 나아갈수록 점점 더 개방적이고 깊은 대화가 가능하여, 스트로크의 강도 또는 ‘스트로크 가치’(stroke value)가 높아지는 것이다.7) 또한 폐쇄에서부터 대화가 진전될 수록 ‘심리적 위험’(psychological risk)도 증대된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친밀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가장 적다. 왜냐하면 TA에서 심리적 위험이란 스트로크의 불가예측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스트로크를 보냈을 때 수용될지 배척받을지 예측하기가 힘들 때 심리적 위험이 증대된다고 하겠다.8)
1) 폐쇄(Withdrawal)
폐쇄(withdrawal)는 자기를 타인으로부터 멀리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상이나 상상으로 지내며 자기에게 스트로크를 주려고 하는 자기애적인 것이다. 폐쇄의 대표적인 것은 백일몽이나 공상에 젖는 것이다. 몸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도 마음은 딴 곳에 가있는 상태가 되어, 스트레스를 받는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피할 수 있다.9)
“사람은 우울상태가 되면, 후회스러운 생각에 사로잡힌다든지 과거의 일에 구애받는다든지 하여, 많은 시간을 폐쇄적으로 허비한다. 또 초점이 분명치 않는 심신의 다채로운 증상을 호소하고 거의 모든 시간을 그것에 사로잡혀 있는 건강염려증도 신체에 대한 폐쇄라 할 수 있다. 문제의 해결에 직면하지 않고 음주로 그것을 피하는 것도 대표적인 폐쇄의 예라고 할 수 있다.”10)
“어떤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기를 꺼린다. 이와 같이 습관적으로 폐쇄적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어릴 때부터 타인과의 스트로크 교환을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11) 이들은 타인과의 교류가 적기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거의 없으며, 따라서 폐쇄가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안전한 시간의 구조화라고 말할 수 있다.12)
그러나 인간은 결코 혼자 세상을 살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세상에 건강한 적응을 하기 위해 인간은 남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13)
한편, 때때로 폐쇄는 합리적인 A 자아상태의 결정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혼자 있거나, 휴식하거나,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거나, 자신을 반성할 시간을 필요로 하며 그들 개인의 인간성을 회복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공상의 나래를 펴는 폐쇄조차도 종종 적당한 시간의 구조화가 될 수 있다. 하나의 좋은 공상은 나쁜 강의를 듣는 것보다 시간을 더 잘 사용하는 것일 수 있는 것이다.14)
2) 의례(Rituals)
의례(rituals)는 일상적인 인사에서부터 복잡한 결혼식이나 종교적 의식에 이르기까지 전통이나 습관에 따름으로써 간신히 스트로크를 유지하는 것이다. 상호간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누구와도 특별히 친하게 지냄이 없이 일정한 시간을 보내게 되므로 ‘의식’적인 시간의 구조화라고 말한다. 의례는 폐쇄에 이어 안전한 시간의 구조화의 방법으로써, 그것을 지켜 가면 스트로크의 현상유지가 가능한 최저한의 대인교류의 장이다.15)
구조적으로 볼 때 의례는 C 자아상태에서 P 자아상태의 명령에 따르는 반응이다. 또 기능적으로 볼 때, 의례는 AC 자아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어릴 때 이웃 사람이 인사해올 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우리는 배워서 알고 있다. 이와 같이 어른의 요구나 예절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AC 자아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의례는 외부규범에 따르는 것이므로 친숙하고도 긍정적인 스트로크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의례는 긍정적인 AC 행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의례를 통해 주고받는 스트로크의 강도 또는 가치는 아주 낮다고 할 수 있다.16)
3) 소일(Pastime)
소일(pastime)은 직업, 취미, 스포츠, 육아 등의 무난한 화제를 대상으로 특별히 깊이 들어가지 않고 즐거운 스트로크의 교환을 하는 것으로 사교라고도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주부가 이웃 여자들과 어울려 이야기에 정신이 팔린다든가, 노인이 손자 자랑을 한다든가, 직장에서 특정 인물의 소문을 화제로 하여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17) 이것은 비교적 단순한 상보교류이다.
의례보다는 교류가 한층 진척된 셈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서’의 현안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 다른 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떠벌리는 정도로, 아직은 피상적 대화에 지나지 않는다.18) 사람들은 사실을 문제시하지 않은 채, 단지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그럼으로서 순간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19)
이러한 잡담은 주로 P나 C 자아상태에서 이루어진다. P 자아상태에서 “요즘 젊은 것들은 도대체 자기밖에 모른단 말이야”하고 미리 판단한 의견을 말하거나, C 자아상태에서 지난날의 사고나 감정을 재연하는 것이 상례다. 잡담에서는 부정적인 스트로크도 받지만, 대체로 긍정적인 스트로크를 많이 수반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상황에서는 보통 상대방이 맞장구를 쳐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례보다는 상대방의 반응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의례보다는 심리적 위험(psychological risk)이 크다.20)
의식과 마찬가지로 소일도, 더 진실한 마음을 나누는, 깊은 단계로 더욱 발전됨이 없이 서로 예의 바르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소일은 사람들이 서로의 기분을 이해할 기회를 주고, 더 나아가서는 게임이나 활동이나 친교에로 나아갈 가능성의 기회를 제공한다.21)
4) 활동(Activity)
활동(activity)이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크로크를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소일이나 잡담과는 차이가 있다. 활동이란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일에 몰두하거나 공부에 전념하거나 피아니스트가 연주에 열중하는 것도 활동에 속한다.22)
활동은 A 대 A의 교류로서 도구를 매개로 한 생산적·창조적인 면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은 그것을 완성함으로써 얻어지는 스트로크를 바라며 살 수 있다. 이 방법은 밝고 무리가 없는 실용적인 형태를 취하면 건설적인 교류가 된다. 그러나 활동에도 부정적인 면이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나 아이들의 문제에 관련되는 것 등을 피하기 위해서 일에 전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23)
지금까지 시간을 구조화해 온 어떤 종류의 활동이 끝나고 말면, 인간은 때때로 허무한 생각이 들거나, 불안을 느끼거나, 자신을 쓸모없는 것으로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면 아이 돌보기, 학교공부, 하고 있는 일 등이 갑작스럽게 끝났을 때 이러한 문제를 뚜렷하게 의식하게 된다. 생업에 일생을 바친 아버지들은 퇴직 후에 방금 말한 무료함과 원기를 상실해감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24)
활동을 통해 받는 스트로크는 ‘조건적인 긍정적 스트로크’ 또는 ‘조건적인 부정적 스트로크’ 둘 중의 하나이다. 이 때의 스트로크는 대부분 활동이 끝나고 주어지는 것이 상례다. 활동을 통해 지각하는 심리적 위험의 정도는 활동의 특성에 따라 소일보다 클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어떤 사람은 자기가 활동한 결과에 대해 보람과 긍지와 가치를 느껴 유능감을 경험하지만, 어떤 사람은 공허와 불안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25)
5) 게임(Game)
어떤 일이 고통스럽게 끝나 당혹감을 느낄 때, 이러한 일이 전에도 자주 일어나지 않았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TA에서는 이것을 ‘게임’(game)이라 부른다. 축구 게임이나 체스 게임과 같이 TA에서 말하는 심리적 게임도 이미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해진다.26)
게임(game)이란 저의가 깔린 이면적 교류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수준, 즉 겉으로 보기에는 정보의 교환을 하는 것 같지만 심리적 수준으로는 또다른 의도가 깔려있는 교류이다. 게임의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게임은 반복적이다. 둘째, 게임은 본인도 의식하지 못한 채 진행된다. 셋째, 게임은 항상 게임을 하는 사람에게 라켓 감정(racket feeling)이라는 불쾌한 감정을 남긴다. 넷째, 게임을 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이면교류가 이루어진다. 다섯째, 게임을 하고 나면 항상 당혹과 혼란이 뒤따른다. 왜냐하면 게임을 하는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고 믿기 때문이다.27)
게임을 하는 사람은 어릴 때 부모와 자식간의 교류에서 어딘가 원활하지 못한 데가 있기 때문에 순순히 스트로크를 얻을 수 없었던 사람이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응석이나 애교를 부리고 싶어도 할 수 없으므로, 그는 일그러진 모양으로라도 그것을 손에 넣어야 한다고 무의식중에 느끼고 있는 것이다.28) 그러므로 모든 게임은 성장한 후에는 부적절한 아동기의 전략을 재연하는 것으로, 부정적인 자아상태(부정적인 AC, CP 또는 NP)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A 자아상태에서는 게임이 일어나지 않는다.29)
6) 친밀(Intimacy)
“친밀(Intimacy)이란 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며 상대방에 대하여 순수한 배려를 하는 진실한 교류”30)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친밀에서는 ‘감추어진 저의’가 없이, 서로 진정한 감정(authentic feeling)을 표현한다. 사회적 수준과 심리적 수준이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게임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TA에서 말하는 ‘친밀’은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친밀과 다른 전문적 용어로서, 게임이나 상호 이용하려는 의도가 없는 솔직한 C 대 C의 관계를 말한다. 이러한 관계는 A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다.31)
그러나 친밀은 그 어떤 형태의 시간의 구조화보다 스트로크 가치(stroke value)가 높다. 말하자면 친밀은 깊고 넓은 교류가 가능하여, 스트로크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긍정적 스트로크의 교환은 기쁨과 만족을 가져다 준다. 한편, 자기 자신을 드러낼 때에는, 인사만하고 스쳐 지나가는 관계보다 위험(psychological risk)이 많다고도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지만 친밀에서는 이러한 위험이 가장 적다.32)
친밀을 위한 능력이 불필요하게 억압되어져 왔다면, 그것은 회복될 수 있다. A 자아상태를 자극하고 강화함으로써 사람들은 그들의 초기 인생경험을 극복하고 변화할 수 있고, 또 변화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밀을 위한 능력을 회복하는 것 자체가 TA의 주요한 목적이며, 또한 자율적 인간의 특징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