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Enneagram 이론에 대한 이해
1. Enneagram의 역사
에니어그램은 성격유형이론이다. 에니어그램(Enneagram)이라는 말은 아홉을 의미하는 희랍어 ‘에네아스(Enneas)’와 문자, 점을 의미하는 희랍어 ‘그라마(Gramma)’가 결합되어 생긴 말이다. 그러므로 에니어그램은 하나의 원과 그 안에 위치한 아홉 개의 점이 있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그 점들은 1에서 9까지 번호가 매겨져 있다. 〈그림1 참조〉이 번호들은 저마다 고유한 성격 유형을 의미한다.1) 이렇게 에니어그램은 인간의 성격을 아홉 가지뿐이라고 말하는 성격유형이론이다.2)
에니어그램(Enneagram)은 이슬람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에니어그램은 지금으로부터 2천년쯤 전에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에서 생겨난 뒤 이슬람교와 만나 중앙 아시아와 인도 대륙의 일부 지역에까지 보급됐었다. 특별히 에니어그램은 이슬람교도들 중 수피(Sufi)3)들과 관련이 깊다. 에니어그램은 수피의 스승들에 의해서만 엄격하게 구전(口傳)되어 왔다. 수피의 스승들은 에니어그램을 통해 인간이 신에게로 가는 길을 도와주려 하였다. 그들의 제자들은 성격유형과 관련된 에니어그램의 일부만을 배우곤 했다.4)
그림 1
에니어그램을 현대에 전파시킨 사람으로 러시아의 구르지예프(George Ivanovich Gurdjieff, 1870-1943)를 들 수 있다. 그는 티벳교, 수피교, 인디언 및 그리스도교 신비주의를 공부하던 중 아프가니스탄에서 에니어그램과 친숙하게 되었다. 그는 그것을 ‘영원한 움직임’(perpetuum mobile)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것을 기초로 몇 가지 춤과 몸 동작을 계발하였다. 하지만 그가 아홉 가지 성격유형을 드러내 놓고 설명한 적은 없었다. 오늘날 ‘영혼의 거울’(Mirror of the Soul)로서 에니어그램의 형태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주로 오스카 이차소(Oscar Ichazo)에게서 유래한 것이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파미르(Pamir)에서 지도자들로부터 이 체계를 배운 뒤 칠레의 아리카(Arica)에서 교사 생활을 하다가 1971년에 미국으로 갔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빅서(Big Sur)의 에살렌(Esalen) 연구소 출신 정신과 의사 나란조(Claudio Naranjo)가 오스카의 모델에 접했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켰다. 뒤이어 미국의 예수회 회원들(특히 Robert Ochs 신부)은 나란조의 모델을 여러 해에 걸친 실험과 신학적 조사 후에 에니어그램을 영성지도의 수단이며 영성수련을 위한 모델로 채택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에니어그램은 심리학, 경영학 등과 만나 많은 저술과 연구 논문들을 내게 된다.5)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에니어그램은 그 직접적인 기원을 수피교도들에게 두고 있다. 오스카 이차소와 나란조에 의해 미국에 처음으로 도입되었으며 예수회 회원들에 의해 그리스도교 영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영성수련의 한 방법으로 받아들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 내에서 에니어그램의 보급 현황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80년대 이후 주로 수도회를 중심으로 전파되어 왔으며, 1998년 6월에 I.E.A.(International Enneagram Association, 국제 에니어그램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함으로써 한국 에니어그램 연구소6)가 발족되었다.
2. Enneagram에 대한 개괄적 소개
2.1. Enneagram의 인간 이해
에니어그램은 인간이 우주를 바라보는 하나의 체계이다. 고대인들은 이 체계에 따라 인간을 9가지로 분류했다. 그러므로 에니어그램에서는 인간을 아홉 가지 성격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개인은 어느 한 가지 성격유형에만 속한다. 여기에 비해 하느님은 완전한 분이시기에 어느 한가지 유형으로 규정될 수 없는 분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완전과 전체를 의미하는 원으로 표현된다.7) 인간은 비록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 어느 한가지 성향만을 강하게 드러냄으로써 죄스럽고 불완전한 모습의 자아개념을 형성한다.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설명은 인간도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9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이 중에서 한 가지 모습으로 자아를 고착시킨다. 이를 가리켜 신이 준 올바른 모습을 왜곡시킨 자아 즉 ‘거짓된 자아’라고 부를 수 있다.8) 그러므로 그림 1 에서 보듯이 완전을 의미하는 원(하느님) 안에서 개인은 하나의 점으로 나타난다.
영혼의 지도(地圖)로서 에니어그램은 개인의 거짓된 자아에 먼저 접근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각 성격유형은 긍정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에니어그램 안에서 자신의 성격유형을 찾아 나가는 방법은 부정적인 자아 모습을 통해서이다. 개인 안에 들어 있는 이 부정적인 모습을 에니어그램에서는 ‘강박(Obsession)행동9)’이라고 부른다.
“어떤 성격이 지니고 있는 특유한 강박행동은 기본적인 추진력(driving force)10)의 형식으로 체험된다. 이는 고정된 관념이나 의식의 몰두와 같은 단순한 강박 관념(obsession)과는 다르다. 강박 행동은 개인 행동을 일으킬 때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측면에서 특유의 일반적 특성을 이루는 것이며, 특히 이것이 숨겨져 있거나 인식되지 않고 있을 경우에는 억눌러 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숨겨진 죄11)’로서, 진정한 자아로 이름에 있어서 일종의 걸림돌이 되거나 마비 요인으로 작용한다. 강박 행동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실제적 충동과 성격의 밑바탕을 이루는 충동들을 이해할 수 없게 작용한다.”12)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강박행동은 일종의 본능적인 힘13)이다. 인간은 아주 어릴 적부터 사회에 적응하면서 자신을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행동을 한다. 나약한 인간(자아)이 험난한 현실에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행동을 한다. 이것은 사회(현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왜곡시킴을 의미한다. 인간은 왜곡이라는 방어장치를 통해 외부로부터 상처를 덜 받으려고 하며 자기 가치를 유지시키려고 한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행동들이 굳어져서 강박행동이 된다. 이러한 강박행동은 삶을 살아가는데 본능적 힘과 같이 대부분이 자신의 의식과는 무관하게 그 사람의 행동을 지배한다. 이 힘은 원래 인간 내부에 있던 힘이다. 이 인간 내부의 힘이 왜곡을 통해 그릇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 힘은 개인이 통제력을 발휘하기 이전에 충동의 형태로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것을 충동적인 강박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인간은 강박행동을 통해 자신은 물론 타인과 사회와의 올바른 관계를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그리스도교적으로 이것을 본다면 구체적인 죄라기보다는 일종의 죄의 경향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강박행동은 일순간의 잘못으로 저지르는 죄가 아니라 항상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죄의 경향14)인 것이다. 비록 이것이 원죄처럼 타고났다고는 할 수는 없으나 이러한 강박행동은 아주 어릴 적부터 대개는 세상을 처음으로 접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4-6세 이전에 형성15)되어 온 것이다. 이것이 에니어그램에서 말하는 인간 즉 자아개념이다.16)
2.2. 세 가지 힘의 중심(Centers) 17)
우리는 앞에서 강박행동을 일종의 힘으로 이해했다. 그렇다면 이 힘의 근원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 대해 에니어그램은 ‘세 가지 힘의 중심’을 이야기한다.18) 이것은 ‘장(腸) 중심’, ‘심장 중심’, ‘머리 중심’19)에 대한 이론이다. 모든 인간은 이 세 가지의 힘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은 세 가지 힘의 중심 가운데 어느 한 가지 힘을 주로 사용하면서 자기를 형성시킨다. 그리고 나머지 힘들은 차츰 그 모습이 감추어진다.20)
각 유형별 소개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아홉 개의 자아를 형성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세 가지 힘의 중심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2.2.1. 장 중심 ( 8, 9, 1 유형 )
장 중심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그들은 신체반응에 따라 즉각적으로 행동한다. 귀와 코는 그들이 사용하는 확실한 감각 기관이다. 이들은 본능적이고 즉각적으로 행동하며, 그 만큼 정력이 풍부해서 매사에 앞장선다. 이것이 우리가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방법인 것이다. 그들은 대개 단도직입적이고, 공공연하게 혹은 은연중에 공격적이며 자기 ‘영토’를 요구한다.21)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힘이 어디 있는가? 정의로운가?’ 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사회적인 것에 나아가 역사적인 것들에 관심이 높다. 이들의 사회 생활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힘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과 비교적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집단 내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있다.22) 장 중심 유형의 대표감정은 ‘분노’이다. 사회가 불공평하며 정의롭지 못하기에 뜯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들에게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쌓이는 것이다.
2.2.2. 심장 중심 ( 2, 3, 4 유형 )
심장 중심의 사람들의 에너지는 타인들을 향해 움직인다. 심장 중심형들은 감정과 정서와 이것을 바탕으로 한 인간 관계에 관심이 있다. 장 중심의 사람들이 힘에 관심을 기울이듯이, 그들은 타인들을 위해 중재하고 관계를 맺는 것에 관심이 있다. 그들은 타인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의해 지배되며, 종종 타인들을 위해서 무엇이 좋은지를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장된 태도로 그들의 연대감을 키워 나가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공격성을 억압하면서 친절과 적극성의 외관 뒤에 자신을 숨긴다.23) 그들은 겉으로는 자기 확신이 있고 쾌활하며 조화롭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종종 공허감, 무력감, 슬픔 그리고 수치심을 느낀다. 그러기에 그들은 혼자 있는 것을 힘들어한다.24)
이들에게는 관계와 느낌이 중요하기에 자신의 이미지에 신경을 기울인다. ‘네가 나를 좋아하는가(호의를 가지고 있는가)? 이 그룹이 나를 받아들이는가?’ 라는 물음이 본능적으로 생겨난다. 하지만 이들의 감정 중심적 태도는 객관성이 부족하며, 통합적이지 못하다. 항상 친밀한 관계와 우정이나 사랑의 감정에 매달리기에 심장 중심형들의 대표적 감정은 ‘불안’이다. 자신의 필요성이 사라질까봐 걱정하고 남들에게 거부될까봐 불안에 떠는 것이다. 이들의 또 다른 이름은 ‘마음 중심’이다.
2.2.3. 머리 중심 ( 5, 6, 7 유형 )
이들은 사고 중심의 사람들이다. 이들의 관제탑은 머리이다. 이들의 두뇌 에너지는 그들을 타인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에너지다. 모든 상황에서 머리 중심형들은 성찰(관찰)을 위해 먼저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25) 그들은 먼저 눈으로 보는 사람들(eye people)이다. 새로운 상황에서 그들은 자기가 어느 길에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 혹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하고 묻는다. 그들의 태도는 일반적이고 꾸밈이 없고 객관적이다. 그들은 사태를 철저하게 생각한 후에 행동하며, ‘방법’을 통해서 일에 임한다. 위급할 때, 그들은 자신이 어리석고 칭찬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비난한다. 그들의 번민이 과장되는 동안, 그들은 자신의 감정들, 특히 온화한 감정들을 객관성과 단순함의 외관 뒤에다 숨긴다.26) 나아가 항상 지침이나 의무가 있어야 행동할 수 있기에 겁이 많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나는 이것을 해나가기에 충분한 지식을 가졌는가?’ 하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가진다. 또한 기다리기만 하는 태도 때문에 친구를 사귈 줄 모른다.
이상의 세 중심을 한마디로 표현해 보면, 장 중심형들은 일단 저질러 놓고 보는 편이고, 머리 중심형들은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하기에 머뭇거리는 반면 심장 중심형들은 이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계는 어떠한가를 살피는 형상이다.
인간은 이러한 세 가지 힘의 중심 중에서 한 가지 만을 주도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세상에 적응하는 강박행동을 형성한다. 에니어그램은 인간의 강박행동에 그 초점을 맞추는데 이것은 구원되지 못한 자아가 가지는 현실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작업은 자신의 강박행동의 근원을 발견함으로써 이를 거슬러 진정한 나를 회복하는 것이 그 목표이다.
2.3. 9 가지 유형들
에니어그램에서 아홉 가지 성격유형의 각론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주로 각 유형이 가지는 부정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해 나갈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쉽고 빠르게 찾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27) 에니어그램에서 첫 작업은 자신의 죄의 유형을 찾는 것이요, 그것을 통해 자신의 강박행동들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아홉 유형에 대한 설명 순서는 우리가 앞에서 다루었던 힘의 중심을 토대로 장 중심의 첫 유형인 8부터 시작해서 심장 중심, 머리 중심의 유형들 순으로 나아갈 것이다.
① 8유형 (The Boss, 힘 센 사람28))
힘을 중시하는 장 중심형 중 가장 두드러지게 힘을 나타내는 유형이 8 이다. ‘나는 힘이 있다’ 혹은 ‘나는 그것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잘났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들의 본능적인 사고29)이다.
8유형들은 어릴 적부터 세상은 약한 자들을 업신여긴다는 사실을 체득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독립성을 증명해야만 했다.30) 8유형의 근본적 경험은 삶은 위협적이고 적대적이며 불의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가지는 세상에 대한 복수심은 정의, 공평, 진리에 대한 열정으로 나타나서 착취자들을 응징하기도 하며, 피해자들의 보상을 위한 어려운 투쟁을 이끌어 가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타고난 권력, 힘, 무력에 대한 본능은 집단 내부의 힘의 근원을 알고 불의의 근원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들은 정치색이 짙으며 뛰어난(강력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종종 자기보다 강하다고 생각되는 승자나 권력자들을 추종하거나 자신과 동일시하기도 하는 반면 타인의 약점을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유리하게 이용31)하기도 한다.
8유형의 말투는 안하무인격인 무례한 말투가 많다. 이들은 타인의 계획이나 정체성을 폭로하거나 비꼬기를 좋아한다. 주로 ‘안돼(no)’, ‘그래 그렇지만’ 등의 말을 잘 쓴다. 이들에게 누군가가 부탁을 하면 이들은 쉽게 ‘안돼’ 라고 거절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표출32)하기도 한다.
② 9유형(The Peacemaker, 평화를 만드는 중재자)
9유형들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편견 없이 남을 받아들이는 그들의 재능으로 인해 사람들은 이해 받고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된다. 9유형들은 양쪽의 긍정적 측면을 보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평화와 정의를 위한 헌신적인 투사가 될 수 있다. 그들은 가혹한 진실을 조용하게 사실 그대로 덤덤히 표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9유형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해진다는 것을 쉽게 느낀다.33)
9유형들의 강박행동은 갈등을 피하는 것이다. 이들의 평화 안에는 갈등을 회피하려는 잘못된 의도가 숨어 있다.34) 이들은 드러나는 행동이 없다. 느리고, 쉬는 것을 좋아하며, 매사에 관망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들의 어린 시절은 어쩌면 부모의 사랑이 부족했거나, 부모들이 자식을 망칠까봐 명확하고 자세히 가르치기보다는 대충 가르쳐 온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이 중요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35) 그러므로 이들은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나아가 타인의 이야기를 그냥 듣기만 할 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가치와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에 어떠한 분쟁이나 문젯거리들에 대해서도 쓸데없는 것이라는 태도를 취하기를 잘한다. 이러한 갈등 회피의 경향은 9유형들이 새로운 것에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 이들에게 친구는 옛날에 알고 있던 사람이 전부이다.36)
③ 1유형(The Perfectionist,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
1유형은 완벽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진리, 정의 및 도덕적 질서를 완성하려는 깊은 갈망에 따라 움직인다. 그들은 정직하고 공정하며, 타인들을 격려하여 더 성장하도록 자극할 수 있다. 흔히 그들은 하나의 훌륭한 모델을 정하고 거기에 따라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지도자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과 타인들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37)
1유형들은 부모들의 사랑을 잃지 않기 위해서 아주 어릴 때부터 모범적인 어린이가 되려고 노력해 왔다.38) 그러나 그들은 착하고 재능이 많은 어린이로 자라는 대신에 자신의 감정들과 욕구들, 그리고 진정한 자아엔 접근하지 못한다.
이들의 판단기준이 완벽이기에 주위 세계나 사회가 완벽하지 못할 때 1유형들은 분노39)를 나타낸다. 완벽을 추구하기에 1유형들은 원리 원칙 주의자가 많다. 언행에 있어 직선적이고 솔직하며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40) 타인에 대해서는 공평한 대우를 한다. 그러기에 매사에 예의 바르고 성실하며 옳은 일 만을 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하기에 타인의 칭찬에도 아랑곳 않고 자기 일에만 매진한다.
④ 2유형(The Helper, 돌보고 양육하는 사람)
2유형들은 자기 재능을 타인들을 위해 사용하며, 타인들의 건강, 양육, 교육과 안녕을 보살핀다. 2유형들은 타인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믿을 수 있도록 지지하며 평가의 척도를 알려준다. 그들은 괴로움, 고통 혹은 갈등을 견디어야 하는 타인들을 지원하며, 그리하여 타인들에게 누군가가 그들을 위해 존재하고 그들을 인정해 준다는 위안을 준다. 그러나 2유형의 이웃 사랑 역시 언뜻 보아서는 알 수 없는 어두운 면을 갖는다.41)
‘남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불리는 이들은 타인의 필요를 알고 응답해주는 사람들로서 2유형들은 남을 도움으로써 자신의 정체감을 획득한다. 이들은 상대가 나를 필요로 할 때만 기쁨을 느끼며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에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들은 남을 위해서 자신의 욕구를 철저히 희생42)시킴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완성했다고 만족한다. 2유형들의 어린 시절은 ‘네가 남에게 잘해 주어야 남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불우한 환경43)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들의 자기 희생 안에는 자신의 욕구를 인정하지 못하는 면과 함께 대가를 바라는 어두운 면이 숨어 있다. 그들은 도움을 베풀면서 그 대가로 칭찬을, 관심을, 지지의 표현을 요구한다. 만약 상대가 자신의 행위를 선한 행위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간섭과 통제로 받아들이게 될 때 이들은 배신감44)을 느낀다. 이들은 상대에게 과도한 칭찬(아첨)을 던짐으로써 그를 지배하려고 한다.45) 이들은 관계를 조정하려 하며 책임자나 앞장서는 역할보다는 뒤에서 조정하는 모습이 많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⑤ 3유형(The Performer, 능률적인 사람)
3유형들은 능률과 성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3유형들은 언제나 진취적이고 젊고 건강미가 넘치며 성공을 위한 조직 능력이 뛰어나다. 이들의 성공은 자신이 그 역할에서 얼마나 인정받느냐의 문제이다. 이들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이 있으며, 사교적이고 일반적이고 인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에는 내면의 세계가 희생되는 어두운 면이 있다. 이들은 외적인 성공과 성취를 위해 자신의 내면을 포기한다. 내면에 아무 것도 없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외향의 세계에만 머물도록 한다.46)
3유형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할아버지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분이셨다’, ‘그러므로 너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라는 식의 말들을 들으면서 자라곤 했다. 또한 어린 시절 자신이 한 행동이나 성과를 통해 사람들의 인정을 크게 받은 경험이 있다. 이들의 행동과 사고는 어릴 적 있었던 성공의 역할에 고정되어 있는 경향이 많다. 나아가 3유형들은 남의 불쌍한 모습이나 실패한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다.47) 이들에게는 상품이 사람보다 더 중요하고 일의 성공이 인간 관계보다도 더 우선한다. 거짓말일지라도 성공을 위해서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충동적으로 하며 또 쉽게 잊어버린다.48) 금방 들통나는 거짓말일지라도 눈앞의 피상적인 성공이 중요하기에 이들은 앞뒤 따지지 못하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이들은 일은 성공했지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다.
⑥ 4유형(The Romantic, 낭만적인 사람)
4유형들은 아름다움에 민감하고 우아한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고도로 감각적이며 거의 대부분 예술 방면에 재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느낌을 춤, 음악, 그림, 연극 혹은 문학으로 표현할 수 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나는 우아하고 세련되고 고상하다.’ 이들은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에 실증을 내며 무엇이든 특별나게 과장해서 표현하는 경향이 심하다. 이들은 스스로가 감성적이며 지성적인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또한 실제로 그러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자기들의 이러한 감정을 타인들은 모른다고 생각함으로써 우울에 빠진다. 이들은 독창적이고 풍요한 감정의 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들은 자기들처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라는 식의 생각 때문에 타인을 인정하지 못하고 나아가 타인과 함께 어울리지 못한다.49)
4유형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 중 누군가가 자신을 버렸다고 느꼈으며 이것을 일생의 상처로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들에게는 어릴 적 홀로 (버려져) 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들은 과거50)를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이다라고 생각하기에 현재보다는 과거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살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현재에 성실하지 못하고 우울과 슬픔 속으로 도피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⑦ 5유형(The Thinker, 사색하는 사람)
5유형들의 특별한 재능은 새로운 사실과 인상들에 대한 개방성과 수용성이다. 5유형들은 사색하고, 지식을 쌓고, 지혜를 늘리는 데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객관적이고 질문이 많으며 사물을 자세히 탐구하는 데 흥미를 느끼는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견자, 연구가, 발명가다. 그들은 상당한 내적 힘을 가지고 있으며 부드럽고 친절하며 예의바르다.51)
‘나는 현명하고, 통찰력이 있고, 지혜롭다.’ 5유형들은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하고 모임에서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 매사에 뒤편에 서며 활동적인 일이 참여하지 않은 채 늘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5유형의 모습은 어릴 적부터 ‘나는 남들이 원하지 않는 존재다’ 라는 의식 안에서 형성되어 왔다. 이들은 대체로 비어 있다는 체험을 강하게 가지고 있기에 이것을 지식으로 채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겉모습은 초연해 보이나 속으로는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충동적으로 지식을 쌓으려 할 뿐 내어놓지는 않는다.52) 이들은 모든 면에서 인색하다. 시간, 돈, 일, 지식 등등. 이들은 실수할까 두려워 말도 아주 적게 한다. 그러기에 자기 주장이 약하며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한다. 이들은 소리치지 못하며 그저 잔잔한 어투로 요약된 자기 주장을 제시 할 뿐이다.53)
⑧ 6유형(The Loyalist, 충성스러운 사람)
6유형들의 대표적 특성은 충성스럽고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권위, 관습, 법에 따르기를 잘하며 또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들은 협동적이며 조화를 이루고 믿음직스럽다. 관계에 있어 그들의 충실성은 믿을 수 있다.
6유형들은 판단을 매우 신중히 하며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널 정도로 우유 부단하고 의심과 걱정이 많다. 이들은 권위에 대해 맹목적으로 순종하며 무언가 권위 있는 대상을 외적으로 찾으려고 한다. 6유형들의 충실 안에는 내적인 권위를 찾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어두운 면이 숨어 있다. 이들은 자신을 지탱시켜 줄 지침이 없으면 근심과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54) 이들은 모든 것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분명히 알아야 행할 수 있으므로 상대가 짜증을 낼 정도로 질문을 하게 되며 심지어는 잘 아는 것마저도 자신이 없어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확신한 후에는 아무리 강한 억압이 있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우직성도 있다.55)
6유형들은 어릴 적에 권위적인 부모나 과잉보호를 하는 부모 밑에서 순종하며 살아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부모의 말을 잘 듣는 학생으로서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것에 대해서는 미리 허락을 구하기에 어른들이 믿을 만한 아이였다. 어릴 적 이들이 접한 세계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기에 항상 만약의 사태에 미리 대비를 해야만 했다.56) 이들은 관계를 맺기 어려우나 일단 맺어진 관계는 자기가 끊는 일이 결코 없다. 이러한 관계는 집단의 경우 심하면 집단 이기주의로 흘러가기도 한다.
⑨ 7유형(The Epicure, 즐거운 사람)
7유형들은 타고난 낙천가들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라 좋은 사람이다.’ 이들은 놀기를 좋아하며 오락에 재능이 있으며, 타고난 재담꾼들이다. 항상 즐겁고 웃음이 많으며, 재미를 찾아 나서는 유형이다. 이들에게는 삶 자체가 기쁨이다. 하지만 이들의 낙천 안에는 고통이나 아픔, 어려움 등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이들은 현세의 고통을 피하는 한 방편으로 미래의 즐거움을 계획한다. 이 계획은 그 실현과는 무관하게 기쁨을 주는 꿈이다. 현실에 대한 충실성이 없기에 이들의 계획은 항상 미루어지고 실패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패에 직면해서도 또 다른 계획을 세움으로써 실패를 회피한다. 이들은 고통을 함께 나누지 못하며 심지어는 못 본 척하고 물러서기도 한다. 또한 항상 좋은 일만을 찾기에 어렵고 힘든 일은 미루어지게 된다. 이들은 ‘좋아’, ‘됐어’ 등의 승낙을 남발하기만 할 뿐 결과에는 무책임하다. 부정적인 것을 싫어하기에 이들에게는 죽음마저도 축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이 그 안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57)
7유형들의 어린 시절은 행복한 가정 환경에서 살다가 그것을 순식간에 상실한 배경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웃기므로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라고 생각하기에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며 나아가 인기를 얻으려는 음모를 꾸미기도 한다. 또한 항상 남을 즐겁게 해주는 말이나 행동58)을 하면서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여기에는 심한 경우 친구에 대한 지배욕이 숨어 있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