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의 일반적인 의미는 과거의 범죄사실을 기억하고 현재 죄의 상태에 있음을 느끼는 인식적 요소와 죄를 지었음을 슬퍼하고 죄가 사(赦)해지기를 원하면서 죄를 혐오하는 의지적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참회는 죄악의 상태에서 벗어남을 목적으로 하므로 구세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테르툴리아노 등 교부들의 저서에서 참회에 대한 가르침을 볼 수 있다.
참회는 한 인간이 개인적인 죄의 용서를 받아 의화(義化)되는 경우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하여 역사적으로 문제되었다. 죄의 용서를 받기 위해서는 용서해 주시는 하느님의 행위와 교회의 대표자인 사제의 사죄 및 통회, 고백, 보속을 하는 참회자의 행위가 필요한데, 이 3자의 행위 중 죄의 용서라는 효과를 가져오는 실질적인 요건은 어는 행위인가 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참회자의 행위는 성사의 재료(materia)요 사제의 사죄는 형상(forma)인데, 양자는 동등하게 죄의 용서를 가져오는 유효한 원인작용을 이룬다. 전체과정에서 최종적인 원인작용은 하느님께 속하므로 성사적 표시를 도구적(道具的) 원인작용의 행사라 한다. 한편 성사를 받으려는 뜻(in voto)을 겸한 상등통회(contritio)를 한 참회자는 고해성사의 예식을 받기 전에 죄의 사함을 받았음을 인정하였다. 성사는 예식 자체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 발전해 가는 상태로 보아야 하므로 참회자의 첫 행위에서 성사가 시작되어 성사 예식 자체에서 절정에 달한다는 것이다. 참회자가 하등통회(attritio)의 태도를 가지고 성사를 받을 경우에는 성사 자체가 은총을 내리기 전에 참회자로 하여금 상등통회의 태도를 갖게 함으로써 죄사함을 받고 의화된다. 이것이 토마스의 견해이며 이 입장을 상등통회주의(contritionismus)라 한다.
고백성사와 관련하여 상등통회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한 것은 8세기부터 12세기 초엽까지 스콜라주의 이전 학자와 초기 스콜라주의 학자에 의해서였으나 상등통회와 대비하여 하등통회라는 말을 쓰면서 양자의 구별을 처음으로 뚜렷이 한 사람은 릴의 알란(Alan of Lille, 1202년)이었다. 그에 따르면, 상등통회와 하등통회의 구별 기준은 참회가 하느님 중심적인 사랑에 의하여 형성되었느냐 아니냐, 그리고 죄와의 결별이 완전하냐 불완전하냐 하는 점에 있는데 토마스도 대체로 이 구별을 따랐다.
위와 같은 토마스의 견해에 대하여 둔스 스코투스(1308년)와 그 후계자들은 의화를 위한 두 가지 수단을 주장했는데, 성사 밖에서 죄 사함을 받기 위해서는 하등통회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죄의 사함을 얻기에 부족한 하등통회의 태도를 가진 참회자는 성사 내에서 성사의 은총이 그 부족을 보충함으로써 죄의 용서를 얻으며 의화된 뒤에도 하등통회의 태도는 그대로 남는다. 왜냐하면 하느님과 교회는 함께 성사에 효력을 갖기 때문에 참회자에게 요구되는 준비가 경감되며 이는 하느님의 자비의 표시일 뿐 아니라 성사의 실익(實益)이 이 점에 있다고 한다. 이 입장을 하등통회주의(attritionismus)라 한다. 한편 오캄 등 유명론자들은 심리적 동기를 기준으로 형벌이 두려워 뉘우치는 것을 하등통회,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뉘우치는 것을 상등통회라 하였다.
트리엔튼 공의회는 상등통회와 하등통회의 구별을 가톨릭 교리로 인정하는 한편 두 학파의 관점을 모두 받아들이는 태도를 취하였다. 그 이후 양 학파는 평화롭게 공존해 온 셈이다. 토마스는 의화의 한 가지 방법만을 강조함으로써 그리스도인의 전례적 생활과 정신적 생활의 일치를 보였고 참회자의 행위와 사제의 사죄를 대립시키지 않고 조화시킴으로써 고해성사 신학에 주요한 공헌을 한 반면, 스코투스적 관점의 과장된 표현은 마술주의의 위험과 인간의 일상생활과 전례적 생활의 분리에로 이끌어 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참고문헌] 유봉준, 참회와 화해, 司牧, 54호 / T.A. Porter, Repentance, New Catholic Encyclopedia vol.12, McGraw-Hill, 1967.
